둘째 고양이 입양 결정
로제와 둘이 살기 시작한 지 6년쯤 되던 2019년 어느 겨울날..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재택업무를 시작해서 로제와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은 해야 되는데 하루 종일 놀자고 보채는 로제 때문에 고양이 친구를 만들어주면 업무 시간에는 둘이 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은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을 뿐... 고양이들은 서로 같이 놀지 않더라. 놀더라도 따로 논다. 이젠 일하고 있으면 두 아이가 번갈아 가면서 하루 종일 보챈다ㅠㅠ)
일단 로제가 성격이 예민하고 화가 많다 보니 로제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대형 고양이나 성격이 까칠한 고양이는 선택에서 제외하고 페르시안 고양이인 로제보다 작은 사이즈의 소형 고양이 종을 염두해 놓고 펫 샵을 방문했다.
그리고 로제가 여자 아이니만큼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를, 성묘가 된 후 몸무게도 로제보다는 1킬로 정도는 적게 나갔으면 했다. 그래야 집안이 평화로울까 싶어서..
그곳에서 샴고양이인 우리 크림이를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크림이는 엄청 작그마하고 목소리도 너무 작아서 들리지도 않았을 정도라 직원에게 이 아이가 어디 아푼건 아닌지 물었던 기억이 난다. 직원 말로 평소에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했었는데 그말이 무슨 말인지 몇 개월 후에 알게 되었다;; 크림이는 엄청나게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무진장 천방지축 장난꾸러기인 정신없는 고양이였다..;;
(참고로 당시 샴고양이의 분양가는 포인트 컬러에 따라 종류가 달라 60~9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제일 많은 종류가 씰 포인트와 초코 포인트인데 나중에 병원에서 물어보니 새끼 고양이일 때는 구분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가격이 다르게 분양되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로제는 태어난 지 3개월 정도부터 나랑 둘이만 살다 보니 나 외의 사람에게는 곁을 주지 않고 엄청 예민하게 군다.
아니나 다를까 크림이를 처음 보자마자 자지러지게 놀람과 동시에 하악질을 어마어마하게 해댔다.
하지만 너무 어린 크림이는 무서워하기는커녕 뭔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하기만 했다.
일단 처음 합사를 할 때는 서로 분리하고 조금씩 서로의 냄새로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하여 작은 방에 화장실 모래를 채워두고 방울 소리가 나는 장난감 공과 함께 크림이를 넣어 두었다. 그리고 크림이 냄새를 묻힌 인형을 로제에게 가져다줬는데 인형만 보고도 무섭게 하악질을 해댔다.(세상에 너무 무서웠다 ㅡ0ㅡ;;)
낮에는 일하면서 작은 방을 왔다 갔다 하며 크림이와 따로 놀아줬는데, 밤이 되자 혼자 무섭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밤새 방에서 공 가지고 노는 소리가 들려서 일단은 안심했다.
한 3일쯤 지나자 크림이는 완벽히 적응한 듯 싶었다.



첫 대면한 로제와 크림이 (합사)
이제 크림이는 좀 적응한 것 같고 로제는 원래 예민한 아이이니 시험 삼아 한번 안방에 들여봐?
긴장한 로제의 하악질과 냥 펀치질에도 불구하고 천방지축 크림이는 맞으면 맞는 대로 정말 잠시 잠깐 피했다가 다시 친한 척 달려들었다. 그걸 지켜보던 나는 정말 너~~~~~~~~무 무서웠다. 쏘 스트뤠쓰~~~~!!!
아마 나랑 로제만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고, 크림이는 그냥 모든 게 재밌고 신기한 듯, 우리 집에서 쭈욱 살아온 고양이인 듯 행동했다.
로제는 그런 크림이한테 조금은 지쳐 포기 상태가 된 것 같았고 한 달쯤 지나자 서로 껴안고 자는 것 까진 아니지만..(물론 3년이 더 지난 지금도 절대 껴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진 않고 있다)



요래 요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사실 로제가 포기해서 그냥 자고 있는 거고 일어나서 크림이가 가까이 있는 걸 알게 되면 냥 펀치를 강하게 날려주신다. 너네 정말 무셔!!!
고양이 합사의 경우 냥이들의 성격에 따라 적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달까지도 걸리고 안 좋은 경우 실패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애들은 걱정과 달리 합사로만 얘기하자면 3일 정도 걸린 거니 정말 다행이었다.
큰 냥이 로제가 성격이 워낙 예민하고 날카로운지라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둘째 냥이 크림이의 성격이 워낙 별생각 없고 친화적이다 보니 그나마 빨리 적응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작년까지만 해도 로제는 계속 긴장 상태였는지 발라당 누워 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있는 걸 보니 이제야 몸도 맘도 완전히 적응이 된 것 같다. 로제 입장에서는 편해지기까지 2년 이상 걸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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